본문 바로가기
2020

아이유가 선생이다.

by rainbowbrite 2020. 8. 6.

얼마 전에 잠이 안 와서 유튜브를 뒤적거리다가 대화의 희열 아이유 편을 봤다. 이런 프로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이 회차의 방영일을 보니 2018년 10월 27일이다. 거의 2년 전. 

 

드라마(나의 아저씨)를 통해서, 노래를 통해서, 또는 TV 예능(이효리와 이상순과 함께 나왔던)을 통해서만 아이유를 봤지, 본인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한 걸 본 적은 없어서 흥미롭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22살 때 겪었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대해서 언급할 때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와서 박혔다.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꾸 의심했다. 이게 내 실력으로 이룬 것이 맞는 건지, 내게 거품이 있는 건 아닌지, 이 거품이 다 꺼지면 난 너무 초라해질 것 같은데, 그때 남아 있는 내 모습은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일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는 감정. 

 

그래서 활동을 한동안 쉬었다고 한다. 한창 전성기였기 때문에 쉬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야. 자기만 쉰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 상태로 계속 전진하는 건 도저히 못할 일이었고, 스스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을 것 같다. 

 

아이유가 이런 말을 할 때 너무나 공감이 되었던 이유는 나도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많아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내가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맞는가. 도대체 이 아이들은 나의 뭘 보고 여기 앉아 있는 걸까. 내가 실력도 없는 가짜인데, 내가 아이들과 학부모를 속이고 있는 건 아닌지. 겉으로 보기엔 그냥 성공적으로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내 마음속엔 폭풍이 불 때가 많다. 

 

그런 감정이 자책이 되고, 그 자책은 자학이 된다, 그리고 그 자학을 몸이 알아차린다. 마음이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말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끝내지 않았더라. 아이유는 그때 결심을 했다고 한다. 내가 프로듀싱을 해야겠다, 거품이 날아가던 말던 내가 만들어야겠다, 불안해하면서 근사하게 보이며 사느니 초라하더라도 맘 편히 살겠다. 그 결심 때문에 우리가 지금 듣고 있는 주옥 같은 아이유 작사/작곡 노래들이 탄생했다. 

 

만약 아이유가 이런 용감한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인기가 줄어드는 걸 보면서 더는 음악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었을 수도 있을 것이고 자기의 삶도 더 어려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게 너무 고맙다. 

 

나한테는 아이유가 선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