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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갑자기 떠난 달리기 여행

by rainbowbrite 2020. 10. 22.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닷가에서 달리기를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금요일 저녁 부랴부랴 짐을 싸서 동해로 출발했다. 차 뒷자리를 접어서 차박을 하기로 하고.

 

두시간 남짓 운전하면서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뭔가를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실행에 옮긴게 얼마만인지, 좀 신나기도 했다.

 

차박으로 유명한 박지는 이미 만석.

 

해안가를 따라 운전을 하면서 내려오다가 오히려 한적한 경포대 해면 공영 주차장 한쪽 구석에 주차를 하고 차박 준비를 했다.

 

저녁은 이미 먹고 왔기 때문에 음식을 차릴 필요도 없었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간식을 먹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 산책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쓸쓸하지만, 그래도 휴식이 된다.

 

비좁은 차 안에서 매트도 펴고 침낭도 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지만, 차 안에 있으니 은근 안정감이 들었다. 텐트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강풍이 불면 좀 불안한데, 차는 그런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거 은근 괜찮네.

 

늦게 잠들었지만, 푹 잤다.

 

바나나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새로운 곳을 달리니 달리기도 지루하지 않았다.

 



내가 바닷가를 달리고 있다니. 신기하고 재미있어.

 

달리기를 마치고 경포해변에 체어를 펴놓고 앉아 한참을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도 하고, 아무 생각을 안 하기도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만족스럽기도 했고, 뭔가가 한없이 그립기도 했다.

 

가끔이나 누릴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그 시간에 집중했다.

 

시간의 틀과 공간의 틀 안에서 살아가지만, 가끔은 그 틀이 원망스럽다. 인간 주제에.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 틀은 내가 만들어 놓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아침식사를 사먹고, 바닷가가 보이는 3층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홀짝거렸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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