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질문이요.’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할 때 이 말이 참 무서울 때가 있었다. 내가 혹시 잘 모르는 문제면 어떻하지? 내가 정확히 가르쳐 준 게 맞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들이 질문을 했는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정말 당황해서 얼굴이 빨갛게 되기도 했다. 정확히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자료를 찾아보고 답해줘도 되는데, 초보 강사 시절엔 질문을 받은 그 자리에서 유능하게 대답해 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 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고 항상 뭔가 분주했다.
그래서 수업 준비를 더 악착같이 했던 것 같다. 10시까지 수업을 하고 집에 가서 새벽가지 수업준비를 했다. 그리고 오전에 출근해서 수업을 연습하고.. 그런 생활을 꽤 했다. 마치 수업도 하나의 공연인 것처럼. ㅎㅎㅎ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아이들이 질문할 때 꽤 즐겁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질문을 들으면 아이들의 수준이 파악되기도 하고,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걸 알려주는 건 수업을 통해 전달할 때보다 더 의미있게 지식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질문 있다고 내게 오면 내 표정이 밝아지는 걸 나도 가끔 느낀다. 가르치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지식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건 쉬운 일이다. 수십번 공부하고 가르쳐 본 내용을 ‘전달’하는 건 쉬운 일이다. 그 지식이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공부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어려운 일이지.
'2020'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도 달리기 (0) | 2020.11.05 |
---|---|
오늘의 운동 (0) | 2020.10.31 |
완득이 (0) | 2020.10.27 |
갑자기 떠난 달리기 여행 (0) | 2020.10.22 |
아이들과 아이유 이야기를 나누었다 (0) | 2020.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