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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맥도날드에서 버럭하신 할아버지.

by rainbowbrite 2014. 10. 27.

요즘 네살 먹은 아들 놈은 낮잠을 자면 11시~12시로 취침 시간이 고정되어버렸다. 아무래도 낮잠을 끊어야 할 시기가 됐나보다. 


그 날도 낮잠을 한시간 넘게 푹 주무신 아들과 저녁 8시 넘어서 맥도날드에 갔다. 아들은 감자튀김과 오렌지 쥬스. 난 맥윙. 왜 이렇게 짜고 맛 없는지..다시는 안 먹을래잉~


다 먹어갈 즈음에 카운터에서 적어도 70은 족히 되어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햄버거 하나를 주문하고 물 한잔만 달라고 하셨다. 당연히 알바생은 천원에 구매해야한다고 하고...


그때부터 버럭이 시작되었다. 할아버지의 말씀은 이렇다. 


"사람 인심이 왜 이러냐/넌 할아버지도 없냐/수돗물이라도 한 잔 떠와라" 등등...


그러자 알바생은 


"수돗물은 안전하지 않아서 드릴 수 없다. 마실 물은 판매하는 생수병 뿐이다."


흥분한 할아버지에게 화가 많이 났을 것 같았는데 알바생이 차분하게 잘 대응한 것 같다. 나 같았으면 그렇게 하지 못 했을 것. 


결국 천원짜리 물을 하나 그냥 드린 것 같다. 알바생이 뭔 잘못이라고 저렇게 심하게 말씀하시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작정을 하고 그렇게 말을 쏟아낸 것 같았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지만 왠지 씁슬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대접을 받는 알바생도 안쓰러웠지만, 변하는 시대를 겪고 있는 할아버지의 모습도 왠지 보기 편하진 않았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그런 과도기적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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