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2019

순대국을 먹을 때 가끔 생각나는 분 언제 가도 맛을 보장하는 순대국 집이 집 근처에 있는 건 큰 행운이다. 오늘 오후에 순대국을 포장해다가 집에서 끓여 먹었다. 포장해서 집에서 끓여 먹으면 직접 가서 먹는 것 보다 맛이 좀 덜하긴 하다. 일반 그릇에 담아 먹다보니 금방 식기도 하고, 뚝배기가 주는 먹음직스러움이 없으니 좀 아쉽다. 그래도 코로나 시대에 식당에 아이들까지 데리고 들어가서 먹느라 씨름하는 것 보다는 포장해서 맘 편하게 먹는 편이 훨씬 낫다. 돼지 머리고기가 들어간 순대국을 처음부터 즐겨 먹었던 건 아니다. 순대국에 맛 들리게 한 식당이 있었는데, 20대 중후반 부천시 오정동에 있던 순대국집이었다. 간판도 그냥 단순히 ‘순대국’이 전부였다. 부천은 내 생활권이 아니었는데, 그때 여자친구가 일하던 곳에서 가까운 곳이었고, 직원들과.. 2020. 10. 18.
지난 몇 개월간 있었던 일 7월 말 이었던 것 같다. 몸이 너무 피곤했다. 수업이 많이 없었던 날이었는데, 왜 피곤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을 못 먹어서 그런가 싶어서 밥도 사 먹었는데, 식욕도 없었다. 그럭저럭 그 날을 보냈다. 다음날은 수업도 많고 바쁜 날이었다. 초등부 수업을 하던 오후에 갑자기 몸이 이상하다는 게 느껴졌다. 갑자기 초조하고 불안했다. 서있으면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학생들에게 잠시 자습을 시키고 앉아 있었다. 뭐지? 왜 이러지? 공황 발작 증상이었다. 평소에 걱정도 많고 불안감도 많은 편이라 불안감이 올라올 때의 느낌을 잘 아는데, 이렇게 심하게 발작적으로 찾아온 건 처음이라 너무 당황했다. 무서웠고. 작년에 상담을 받았던 상담사분께도 급하게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고 나한테 왜 갑자기 이런 증상이.. 2020. 10. 14.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명랑과 은둔자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지만, 은둔자가 명랑할 수도 있지 하는 마음과 그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집어들었다. 캐럴리인 냅이 남긴 기록을 보면서 울고 웃었다. 맞아 맞아, 맞장구 치기도 하고, 지금 살아 있었다면 보통의 일상을 살고 있었을까,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졌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인생은 정말 피곤하다. 하나의 답이 주어지고 그 길만 따라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내가 하는 고민의 대부분은 사라질 것 같다. 그런데 정해진 답이 있을리도 없고, 그런 삶을 살아갈 수도 없잖아? 끊임없이 자기가 누구인지 찾아야 하고, 수줍고 여린 마음으로 부딪히며 살아간다. 그래서 늘 피곤하고 힘들다. 무심하게 살아갈 수는 없.. 2020. 10. 5.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를 시작한지 3주차에 접어들었다. 런데이라는 앱을 알게 돼서 설치하고 트레이너가 지시하는대로 일주일에 세 번, 하루에 약 30분 정도 달린다. 달리기가 끝난 후에 걷는 시간까지 합치면 약 한 시간 정도 몸을 움직인다. 그동안 지독하게도 날 돌보지 않았던 것 같다. 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리는 운동을 해야한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지 실행에 옮기긴 너무 힘들었다. 왜냐하면 나에겐 더 시급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면 아이들을 챙기고, 그날 수업 준비를 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수업 준비를 하는데 오전 전체를 쓸 필요는 없었다. 그냥 마음 속에 짐처럼 그것이 남아있으니 다른 것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다 넘어졌다. 몸이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이.. 2020. 10. 2.
마스크 쓰고 만나는 우리 괜찮은 걸까. 지난 2월부터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숨만 쉬어도 답답한데, 수업까지 하려니 정말 쉽지가 않다. 가끔은 숨을 몰아쉬게 되고, 마스크 안 쪽에 찬 습기 때문에 답답해서 정말 집어던지고 싶은 마음이 든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힘든 건 그렇다 쳐도 마스크를 쓰고 만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아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 얼굴도 작은데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턱부터 눈 아래까지 거의 알굴의 반을 가리게된다.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아이들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영어 말하기를 하는데, 소리로만 듣고 말을 하는 아이들의 입을 볼 수가 없다. 무엇보다 표정에서 드러나는 아이들의 감정을 읽을 수가 없다. 사람이 의사소통을 할 때 말.. 2020. 9. 24.
온라인 수업을 종료하며. 학교는 물론 학원까지 이제는 온라인 수업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처럼 되어 가고 있다. 지난 2월 신천지 사태가 났을 때는 교육부에서 학원에 대하여 휴원을 강력 권고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번 강화된 2단계에서는 대면 수업을 금지 조치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학원은 선택을 해야한다. 휴원을 하고 금지 기간동안 쉴 것인지 아니면 온라인으로 수업을 이어가야 할지. 선택의 문제이니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 말할 순 없지만 많은 학원에서 온라인 수업 전환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교습소여서 집합금지 명령에 해당사항이 없긴 했지만,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해서 진행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은 생각도 들었고, 온라인 수업 전환 자체를 굳이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학.. 2020. 9. 13.
비긴 어게인, 다시 시작. '비긴 어게인 코리아' 시즌이 종료돼서 너무 아쉽다. 내게는 거의 유일한 음악 프로그램이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다른 음악 프로그램도 있고, 유튜브를 통해 들을 수도 있고, 음악앱을 통해서 들을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이 프로그램에 난 이렇게 푹 빠졌을까. 하모니. 각자의 확실한 영역이 있고 실력을 갖춘 가수들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 너무 환상적이다. 실력이 있는 가수들이니 쉬운 일일까. 아니다. 하모니를 맞추는 건 어렵다. 실력이 있는 사람들엔 더욱. 얼마나 서로를 위해 맞춰주고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을까. 그런 결과물이 훌륭한 하모니가 되어 나타나는 건 정말 환상적인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훌륭한 가수들이 하모니를 이루어, 서로를 존중하며 불러주는데 어떻게 좋지 않을 수 있을까.. 2020. 8. 13.
아이유가 선생이다. 얼마 전에 잠이 안 와서 유튜브를 뒤적거리다가 대화의 희열 아이유 편을 봤다. 이런 프로가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이 회차의 방영일을 보니 2018년 10월 27일이다. 거의 2년 전. 드라마(나의 아저씨)를 통해서, 노래를 통해서, 또는 TV 예능(이효리와 이상순과 함께 나왔던)을 통해서만 아이유를 봤지, 본인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한 걸 본 적은 없어서 흥미롭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22살 때 겪었던 정신적 공황 상태에 대해서 언급할 때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내 마음에 와서 박혔다.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자꾸 의심했다. 이게 내 실력으로 이룬 것이 맞는 건지, 내게 거품이 있는 건 아닌지, 이 거품이 다 꺼지면 난 너무 초라해질 것 같은데, 그때 남아 있는 내 모습은 아무 것도 아닌 존재일 것 같다는.. 2020. 8. 6.
영어교습소 개원기(2) 아지트 만들기 점포의 보증금을 제외한 나의 창업 자금 중에 50%는 인테리어에 50%는 컨설팅과 수업 컨텐츠 준비에 썼다. 총액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인테리어는 정말 셀프 수준으로 했다. 전기 기사님 불러서 전기 공사하고, 페인트 기사님 불러서 페인트 칠하고, 에어컨 기사님 불러서 에어컨 설치하고, 목공 기사님 불러서 선반 만들고, 타일 기사님 불러서 바닥 타일 깔고. 다 전문가에 의뢰해서 한 작업이긴 하지만, 한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는 것 보다 에너지와 시간을 엄청 쓰긴 했다. 직접 발품을 팔며 다니고 연락하고 약속 잡고 등등. 하지만, 돈은 많이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아낀 돈은 수업 컨텐츠 준비에 썼다.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도 좋지만, 껍데기 보다는 알맹이가 실한 게 낫다. 그리고 그 알맹이.. 2020. 7.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