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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넷플릭스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 (Our souls at night)] 리뷰

by rainbowbrite 2022. 3. 2.

"제안을 하나 하고 싶어요. 프로포즈 같은 거요. 청혼은 아니고요. 청혼 비슷한 느낌도 좀 있지만...긴장되네요. 괜찮으시면 언제 제 집에 오셔서 같이 주무실래요?"

 

혼자 살고 있는 노인 루이스는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의미없이 흘러나오는 티비 소리를 들으며 소파에 앉아 신문을 편다. 신문에 실려 있는 크로스 낱말 퀴즈는 이미 풀어져 있어서 더는 할 게 없다. 그때 길가에서 망설이다 초인종을 누르는 에디. 자녀들을 출가시키고 남편과 사별한 에디도 루이스와 사정이 같다. 그리고 에디는 루이스에게 밤을 함께 보내자는 제안을 한다. 에디가 그런 제안을 한 이유는 외롭고 끔찍한 밤을 함께 견뎌보자는 것이었다. 누군가 있으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렇게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두 남녀는 매일 같은 침대에서 함께 잠들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그들이지만 서로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대화를 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같은 침대에서 매일 같이 잠이 든다. 

 

좁은 동네에서 사람들은 곧 그들에 대해 수근거리기 시작하고 루이스는 거기에 분개한다. 하지만 에디는 어차피 다 알게 될 일, 무슨 상관이냐고, 오히려 남들 시선보다 루이스와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말에 화 내던 루이스는 오히려 미소를 짓게 된다. 

 

-다음엔 현관으로 들어오는 게 좋겠어요. 

-사람들이 수근댈 텐데요.

-수근대라죠. 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하며 평생을 살았어요. 

 

그리고 둘은 보란듯이 시내에 나가 데이트를 즐긴다. 수십년을 살던 동네에서 사람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둘이 함께하는 모습이 행복해보이지만, 그들에게도 말못할 과거의 상처와 어려움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 주었던 상처에 대한 후회도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삶의 끝에는 홀로 견뎌내야하는 온기 없는 외로움만이 남겨졌다. 자기가 아니면 누구도 돌볼 사람이 없는 그런 삶에서 함께 저녁을 먹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함께 잠이드는 사람이 있는 것 만으로도 루이스와 에디에겐 완전히 다른 삶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겐 스스로 감당해야할 삶의 무게가 남아있다. 그래서 둘이 함께하는 것만을 주장할 수도 없게 된다. (나머지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

 

사람에겐 사람이 필요하다. 누구도 완전히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없으니까. 의지할 때 더 완전해지고, 기댈 때 더 풍족해지는 것이 우리 모습인 것 같다. 루이스와 에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