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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빌리 엘리엇> 아버지 재키

by rainbowbrite 2023. 6. 16.

   중등부 수업 준비 하다가 <빌리 엘리엇>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반갑더라고.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내용도 잘 기억하고 있어서 학생들에게 줄거리를 쭉 설명해줬는데, 다시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퇴근하고 자기전에 정주행했다. 그런데 예전에 봤을 때와는 다르게 주인공 빌리보다는 비리의 아버지 '재키'와 '윌킨슨' 선생님께 시선이 많이 가더라고. 

   빌리는 섬세하고 민감한 마음을 가졌고 나름 남다른 뭔가를 추구하고 싶은 마음을 가졌는데, 춤을 좋아하는 자기가 처음엔 좀 이상한가 싶다가도 결국은 마음이 끌리는대로 무작정 해보게 된다. '일단 무작정 해보기' 라는 게 어찌보면 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뚜렷하게 알고 옆뒤 안 보고 해본다는 건 뭔가를 뚫고 지나가야하는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빌리는 뚜렷했으니까. 

   탄광 노동자인 아버지 재키는 빌리와는 좀 다른 사람이다. 영화의 배경은 1984년 영국의 탄광 노동자가 파업을 하던 시기였는데, 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었고 더구나 빌리의 어머니, 즉 재키의 아내는 1983년,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직전 해에 사망한 것으로 나온다. 아내의 죽음과 실직이라는 상황을 겪고 있는 재키는 빌리를 강한 남성으로 키우고 싶어하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복싱에 관심이 없고 잘 하지도 못하는 빌리를 답답해하기도 했고. 평생을 노동자로 살았기 때문에 재키에게는 단 하나의 삶 밖에 없었고 그 삶의 방식을 벗어난 어떤 삶도 어찌보면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여기는 탄광 밖에 없는 곳인데, 춤을 추겠다고 하는 빌리를 다그친 것도 어찌보면 그런 이유에서 였을 것이다. 

 

   그런 재키의 마음을 움직인 건 빌리였는데, 아버지 앞에서 너무나 당당하게 춤 추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재키는 빌리가 혹시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어떻게든 자기가 도와줘야한다는 마음을 먹는다. 재키는 자존심 하나로 버티던 파업 노동자였는데, 노조측 사람들에게 배신자 소리를 들으며 파업에 참여하지 않고 탄광으로 일하러 가는 버스를 탄다. 그 장면은 재키가 아들 빌리를 위해서 자기가 가진 것 중 가장 큰 것을 버리는 장면이었다. 사람들에게 어떤 욕을 먹을지도 알고, 자기가 지금까지 자존심처럼 지켜왔던 어떤 완고함마져 버려야 했던 상황이기 때문에..영화 마지막에 빌리가 무대 위에서 날아오르는 장면보다 난 아버지 재키가 사람들에게 배신자 소리를 듣고, 첫째 아들 토니를 붙잡고 울던 장면이 정말 이 영화의 최고의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안하다, 토니. 우린 끝났어. 무슨 선택지가 남았니? 하지만 빌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어." 

 

https://youtu.be/UWtTtXBPW9s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영화의 마지막,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벌개진 눈으로 무대에서 빌리가 등장하길 기다리는 재키의 모습까지. 재키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래도 내가 빌리의 재능을 알아봐주고 오디션도 보게 해줘서 빌리가 이만큼 성장했구나 생각할까? 아니. 내가 알아봐주지도 못하고 정말 해준 것 하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만큼 성장해주어 너무 고맙다, 이렇게 못난 아버지에게서 이렇게 잘 커주어서 고맙다, 그런 생각을 아마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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