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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악몽

by rainbowbrite 2023. 1. 26.

01

   보통 자가다 꾸는 꿈은 그 기억이 오래 가지 않는다. 깨어날 때 기억나던 꿈도 반나절만 지나면 잘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릴 때 꿨던 꿈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왜 그 꿈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날까. 단지 악몽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내 주변의 상황 인식을 꿈으로 느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기억에만 남겨 놓을 수도 있지만, 기록에도 남겨본다. 

   

나는 아홉살이다. 동생 손을 꼭 붙잡고 길을 걷고 있다. 목적지는 없다. 집으로 가야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밝은 낮이었지만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니, 한 사람도 없다. 우리 둘만 두 손을 꼭 붙잡고 걷고 있을 뿐이다. 좀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굴다리 아래를 지나가는데 선생님이 지나가신다. 

 

-안녕하세요?

-그래, 어디 가니?

-엄마, 아빠 찾으러 가요. 

-그래. 잘가렴. 

 

선생님은 지나가고 또 길을 걷는다. 그러다 친구 집 앞까지 간다. 베란다 밖으로 친구가 고개를 내민다. 1층이었는데, 마치 2층 처럼 높은 위치에서 친구가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 곳은 참 안전하고 안락해보인다. 길거리에서 고개를 들고 친구에게 물어본다. 

 

-혹시 우리 엄마 아빠 못봤어? 

-몰라, 못봤어. 

 

그때부터는 막연한 두려움이 실제적인 두려움으로 바뀐다. 

 

02

성인이 된 후에도 반복적으로 꾸는 비슷한 악몽이 있다. 정기적으로 비슷한 패턴으로 꾸는 꿈이라 좀 웃기기도 하다. 말하자면 이렇다. 

 

꿈에서 나는 대학생인데 아침에 깨보니까 이미 수업에 늦었다. 이 수업을 못 들으면 결석 누적으로 낙제다. 속으로 'ㅈ됐다, 어떻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아무 것도 안했지?' 그런 생각을 한다. 꿈 속에서도 깊은 실망감과 절망감을 가진다. 그러다 깨면 꿈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꿈이나 지금 내 삶이나 뭐가 다르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꿈이라는 게 신기하다. 대부분은 그냥 아무말 대잔치에 불과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내 마음 상태를 스토리로 구성해서 설명을 해주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