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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by rainbowbrite 2023. 5. 24.

'네가 하는 일이 맞아. 옳은 길로 가고 있어.'

 

돌이켜보면 언제나 이런 말들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누구라도 그것을 평가해주고 긍정적으로 답해줄 수 있으면 그나마 힘을 갖고 일을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고개를 갸웃 하게 되면 내가 삽질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위축되던 때가 많았다. 

 

첫 직장에서 상사였던 분은 나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셨는데, 아직 초보 티를 벗어내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여러가지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고 나는 나름대로 신나게 일하면서 꽤 성과도 냈었던 것 같다. 반대로 1~2년 후 상사가 바뀌고 내 일에 대해서 비판적인 상황을 경험했을 때는 정말 직장에서 항상 위축된 채로 보냈다. 그마나 친하게 지내고 서로 으샤으샤 했던 동료들이 있어서 버텼던 시절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남의 인정만을 갈구하는 사람인가? 남의 인정이 있으면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일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그런 사람?

 

그건 약간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나름대로의 가치를 추구하고 일을 추진해 나아갈 때 오히려 남들 신경 안 쓰고 신나게 일했던 것 같거든. 결국 나에게 필요했던 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었던 것 같다. 남들과 똑같이 분위기에 편승해서 하는 것을 싫어하고, 내가 어느 정도 독창적으로 뭔가를 해 나갈때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걸 마음껏 추구해 나갈 마음의 힘이 내게는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맞아요?' 그런 질문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그것을 스스로 확인하지 못해서 누군가에게 계속 물었던 거지. 

 

그런데 이런 내 모습이 엄청 싫으면서도 싫지 않다. 내가 생각한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걸 보면 한심하기도 하지만, 어려워하고 힘들어하면서도 그래도 뭔가 도전해보겠다고, 미래를 도모해보겠다고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 나한테도 좋은 구석이 조금은 있구나 싶다. 걱정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게 인간의 모습이지 싶은 것이다. 

 

마음껏 달려나가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목덜미를 붙잡고 뒤로 잡아끄는 누군가가 있는데, 그것도 결국은 '나'라는 것을 지금은 알고 있다. 그리고 남들한테 물어볼 필요 없다는 것도. 그래서 지금은 멘붕이 왔을 때 주저앉아 우왕좌왕, 안절부절하지 않는 수준까지는 되었다. 한 발짝 내딛는 게 힘들고 무거워도 그냥 가면 되는구나 싶다. 

 

어쩔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