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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직원을 채용하는 시점에..

by rainbowbrite 2023. 5. 25.

이 일을 시작하고 8년차가 되어서야 수업을 맡길 수 있는 정직원을 채용하게 되었다. 진작에 했어야하는 일이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망설이고 미루고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무엇보다 내가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뚜렷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가 가장 크고, 고용을 하게 된다면 내가 그 사람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 같다. 

 

수십장의 이력서를 받고 검토하면서도 내가 이 중에 같이 일할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새로운 사람이 낯설고 어려운데, 화려한 경력으로 채워진 이력서를 보고 있자니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전혀 생각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특기: 달리기' 하나만 써있으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의 이력서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던 와중에 받게된 이력서.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이 학원에 와서 하는 영어공부를 즐거운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기싫어하는 아이들을 내가 변화시킬 수 있을까`하는 질문은 늘 품고 왔습니다. 

 

지금의 저는 그저 질문을 던지고 있는 단계인 것 같습니다. 질문을 던지고, 고민해서 행동해보고, 그 경험들을 통해 좋은 답들을 정립하지는 못했습니다. 앞으로의 시간들을 통해서 좋은 답들을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고 싶습니다.”

 

자기의 능력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사람 보다 차라리 이런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더 진솔하게 느껴졌고,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내가 가진 능력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 알려주고 전수해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면접 제의를 했지만, 면접 전날 본인이 자신이 없다고 취소했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일단 면접이라도 보고 판단하라고 설득하고 면접을 진행했다. 그리고 내가 생각했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아서 합격을 통보하고 이번주에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방문하기로 했는데, 며칠 전에 다시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문자를 받았다. 

 

'정말 제 능력을 보고 뽑은 게 맞나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닐 수도 있는데요.' 

 

내가 찾는 사람이 자기 같은 사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능력을 알아보고 뽑을 수 있을까. 나한테 그런 선견지명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면접을 본 사람들 중에 가장 적임자라고 생각했고, 파트너쉽을 기대할 수 있으며, 우리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다시 설득을 했고, 내일 계약서에 싸인을 하러 방문하기로 했다. 

 

못할 것 같다고 두 번이나 말씀하신 분을 설득해서 결국 함께 일하게 되었다. 나중에 이 일을 돌이켜 볼 때 우리 직원은 나를 원망하게 될까, 아니면 그때 설득 당하길 잘했다고 생각을 할까. 

 

직원을 단지 일 시키는 사람으로만 보고 싶지는 않고, 여기서 일하면서 그분의 삶이 더 나아지길 난 바라니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돌아봤을 때 좋은 인연이었다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너무 비장한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게 내 방식이니까 그냥 밀고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