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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PI 와 나

by rainbowbrite 2023. 6. 12.

   몇년 전 유튜브를 보다가 WPI 성격 유형 검사라는 걸 접하게 됐다. 그때 내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렇다. 영어강사를 하다가 도저히 여기서 더 일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 그만두고 내 학원을 시작을 했었다.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성장을 하면서 '아, 이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신나게 수업을 하며 살았다. 그런데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보니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기계적이 되고 현상유지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쏠렸다. 겉으로 보기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마음의 갈등은 심했다. 뭔가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은데, 막상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수업 자체도 큰 변화 없이 꾸역꾸역 해나가는 모습. 항상 마음 속에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살아가다가 결국은 수업 시간에 공황 증상까지 경험하게 되면서 도저히 이렇게는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러다가 WPI 검사도 하게 되고, 상담도 받게 되었다. 내 WPI 프로파일은 로맨티스트 성향과 아이디얼리스트 성향이 동시에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빨간색 자기평가 가 M 자 형태로 나타난다고 해서 WPI 를 아는 사람들은 이런 유형의 프로파일을 M자형이라고 부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WPI 가 다른 심리검사와 다른 점은 자기 유형을 표현할 뿐만 아니라 자기의 마음의 모양대로 삶에 잘 나타나는지,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타인 평가'라는 영역을 통해서 표현된다는 것이다. 자기 평가와 타인평가가 어느정도 일치하면 그래도 나름 안정적인 모습이 될 수 있지만, 어긋나는 경우라면 문제가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것도 프로파일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내 프로파일처럼 이렇게 M형태로 나타나는 사람의 특징에 대한 해설을 보면 이렇다.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걸 고민을 참 많이 하지만 M자 형은 그것에 대해서 스스로 뚜렷한 믿음을 형성하기가 참 힘들다. 왜냐하면 로맨티스트와 아이디얼리스트 두 가지 특성이 융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로맨티스트 성향보다 더 로맨티스트이고 아이디얼리스트 상향보다 더 아이디얼리스트인데, 이 두 가지 특성이 융합되어 뛰어난 감수성과 논리적 사고 능력을 잘 발휘하기만 하면 남다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려면 이 사람들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서 완전히 몰입을 해야 한다. 중간에 포기하거나 대충 하면 안 된다. 정말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해야하는데, M자 형 사람들은 그것을 시지프스 형태로 꾸역꾸역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스스로 미친듯이 해야하는데,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수용하는 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두 특성의 불화가 삶의 고난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주위 사람에게 이해하기 어렵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고, 아이디얼리스트의 똘끼가 두드러지면서 로맨티스트의 부드러운 감성보다는 소심함과 사회적 위축됨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신의 특별한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삶의 고난을 겪는 것이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로맨티스트의 특성 중에서 불안감 걱정 예술적 감성, 소심함 수줍음과 같은 특성을 많이 드러내고, 아이디얼리스트의 특성중에서 자기 중심적인 특성, 엉뚱하고 창의적인 , 권위에 복종하지 않는 것과 같은 특성을 많이 드러낸다. 

 

그래서 M자는 부모나 상사나 주위의 권위적인 존재와 갈등을 일으키면 돌아버리는 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뒷통수 맞고 모가지 잘리고, 사지가 절단돼도 어디가서 소리도 못한다. 

 

자신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남들과 공감할 있는 감성으로 드러낼 M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드러나며, 예술가들 중에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M자형 성격을 가졌으며, 특히 성공한 예술가 중에서 이들의 특성이 부각된다. 

 

공부나 진로 선택에서 이들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지속적으로 닥치는대로 하여 세상에 놀랍다고 할 만큼의 결과물을 내어야 한다. ‘이거를 할까요? 저거를 할까요?”그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닥치는 대로 해야한다. 닥치는 대로 해서 남들한테 뚜렷하게 보이는 결과를 내야 한다. 

 

셀프가 강하고, 남들을 신경 쓰지 않을 있어야 한다. 남의 시선을 신경쓰기 시작하면서, 통념이나 규범을 따를 , 자해하는 행동이 부각된다. 자신이 스스로 세상을 왕따 시켰다고 생각할 정도의 자기 확신이 있어야 M자의 아름다운 모습이 드러날 있다."

 

내 돌아버릴 것 같은 복잡한 마음을 M자 형의 마음이라고 표현을 해준 WPI 가 너무 신기했다. 내가 가진 마음의 모양이 이렇고, 어떻게 살아야 내 마음의 모양대로 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해설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살아남는 M자, 성공한 M자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WPI를 알게 되고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그런 특성이 나타나는 모습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든 뭐든 하는 것마다 잘 하는 아이였지만, 중학교 이후로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난 그냥 귀에 이어폰 꽂고 조용히 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은 나를 '또라이다, 4차원이다'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아직도 연락하는 중고등학교 친구들은 나를 '(또)라이'라고 부를 정도로.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

 

그리고 뭔가를 뚫고 나아가기가 참 어려웠다. 마음 속으로 간절히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한 편으론 '내 주제에 뭘 하겠어' 하는 마음이 컸는데, 부모님이라는 벽에 부딪힐 때 특히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나 부모탓이 아니었다. 부모님이 수용을 해도 나는 얼마든지 갈등했을 것이기 때문에. 아이디얼리스트 적인 뭔가를 꿈꾸다가도 로맨티스트의 불안정한 마음이 발목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그런 모습이 이해가 되고 납득이 된다. 

 

이런 특성을 알게 되니 갈등하고 혼란스러워했던 과거의 모습이 싫거나 밉지가 않다. 안타깝기는 해도. 

 

그래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것저것 손대지 않고, 한 분야에서 꾸준히 버틴 일인 것 같다. 내 능력이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도 버티고, 상사와의 갈등이 있어도 버티고, 내 분야로 사업도 시작하면서 그나마 소소한 성공들을 경험하며 버텼던 것. 

 

그런데 내 마음의 정체를 알게 된 이상 소소한 성공으로는 성에 차지가 않는다. 큰 성공을 하고 싶다. 마음을 잡아끄는 내적 갈등을 뿌리치고 도약하고 싶다. 그리고 그런 이미 그 길로 접어들었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을 왕따시켰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하니 주변 눈치 안 보고 밀고 나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내 나름대로의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비슷한 마음의 모양을 보이는 우리 학생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뚫고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게 나한텐 내가 생각하는 성공 중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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