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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감상평

by rainbowbrite 2023. 7. 15.

  이 영화는 여러가지 이야깃거리가 있는 영화이고 영화를 보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사랑에 대한 각자의 정의에 따라 등장인물 각각을 편을 들 수도 있고, 인생에 대한 각자의 철학에 따라 결론을 바라보는 관점도 매우 다른 그런 영화다. 어떤 사람은 영화의 주제 자체도 너무 별로라고 할 수도 있다. 

   이 영화를 '권태와 설렘'의 관점으로 보기도 하지만, 단순히 배우자에게 권태감을 느껴서 주인공인 마고가 대니얼이 눈에 들어온 것은 아닐 것 같다. 그것은 권태와는 관련이 없다. 권태는 당연한 감정이고 그것이 관계를 흔들 만큼의 강력한 힘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기 때문이다. 

 

 마고와 루

마고와 루는 몇년차 부부이다. 누가 봐도 평범한 부부이고 화목해보인다. 장난도 많이 치고 친구처럼 지내는 부부로 등장을 한다. 그렇지만 결혼에 대해서 각자가 원하는 것과 필요가 조금은 달라보인다. 남편인 루는 듬직하고 좋은 사람이다. 아내인 '마고'에게 잘 하고, 가족들도 잘 챙기는 안정적인 사람이다. 그리고 그런 안정적이고 평범한 관계, 그리고 별일 없는 상태가 가장 좋고 바람직한 상태라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관계가 깊어진다는 것이 마치 그런 상태를 유지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마고에겐 이런 남편의 모습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결혼기념일 외식 장면이다. 마고는 특별한 날이기 때문에 남편인 루와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고 싶어한다. 단지 외식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시간인데, 루에게 외식은 그냥 맛있는 음식을 밖에서 먹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없다. 맛있는 것만 먹으면 됐지, 왜 대화가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이 없다. 루는 아내 마고가 결혼 관계에서 채우고 싶은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사실 관심이 전혀 없다. 그냥 친구처럼 평범하게 지내는 게 가장 좋은 결혼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이 장면에서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다. 루에겐 그런 모습이 당연한 것이고 마고는 전혀 다른 생각과 관계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는 거니까. 

 

마고와 대니얼

마고는 여행지에서 우연히 대니얼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알고보니 얼마전에 새로 이사온 이웃이었다. 대화를 하면서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대니얼은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데 거침이 없는 사람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여과없이 말한다. 마고는 그런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편하지 않지만, 자기가 그런 표현의 대상이 된다는 건 거부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렇지만 단순히 성적인 욕망에만 끌린 것도 아니다. 

백허그

마고는 남편인 루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대니얼과 새로운 시작을 하게된다. 이 영화를 봤던 관객들이라면 아마 마고와 대니얼의 관계도 금방 식어버릴 거란 걸 예측했을 것 같다. 둘은 육체적 사랑을 관계에 중심에 두고 달려가지만, 그런 관계 또한 곧 시들해진다. 그리고 마고가 루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전 자신의 마음에 관심이 없는 루를 붙잡는 마음으로 백허그를 했던 것처럼 창밖을 혼자 바라보는 대니얼의 뒤로 가서 백허그를 한다. 루를 통해 충족되지 못한 마고는 대니얼에게도 충족되지 못한다. 

 

'인생엔 당연히 빈틈이 있게 마련이야. 그걸 미친놈처럼 다 메울 순 없어.' 

이 대사는 마고가 영화 마지막 부분에 전 남편인 루를 방문했을 때 시누이에게 들은 말이다. 마치 이 대사는 이 영화의 주제를 담고 있는 것 같다. 배우자에 대해서 또는 자기 삶에서 부족하고 결핍된 부분이 있다고 해도 그걸 다 메우며 살 수는 없다고, 어느 정도는 그 결핍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사는 게 옳은 일인 것처럼 말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동의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고 있는 시누이는 본인이 알콜 중독자이고,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음주운전을 하고 경찰에 체포되기 직전이었다. 본인도 그런 결핍을 채우지 못해 알콜 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는데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약간은 아이러니처럼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차라리 욕망을 추구하는 삶이 낫다. 그 욕망을 스스로 확인하지 못하고 그런 혼란스러움을 알콜로 채우며 살기 보다는.)

새 것도 헌 것이 돼요. 

수영장 샤워실에서 할머니들이 지혜의 말씀을 해주신다. '새 것도 헌 것이 돼요'. 인간의 몸도 언젠간 헌 것이 되고, 어쩌면 관계도 언젠간 닳아서 헌 것이 된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헌 것을 받아들이며 사시는 분들이라 그런 얘기를 해주실 수 있는 것 같다. 결국 언젠가 헌것이 되는 데도 헌 것이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언제나 새것이어야 할 것처럼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루와의 관계를 통해서, 그리고 대니얼과의 관계를 통해서 마고는 그 이야기를 실제로 경험하면서 받아들였을 것 같다. 마지막 장면, 혼자 놀이기구를 타는 장면에서도 결국은 어떤 사람을 통해서 나를 채울 수는 없다는 것, 결국은 스스로 채울수 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마고의 선택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 것도 아니다. 루와 헤어지지 않았더라도, 헤어졌더라도, 대니얼과 만났더라도, 대니얼과 헤어지더라도 마고는 그냥 마고 그 자체이다. 

 

결론을 향해 치닫는 영화가 아니고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영화라 이 영화가 좋았다. 어떤 결론을 강요하지도 않고, 여러가지 생각을 말해볼 수 있는 영화라 좋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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