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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어머니의 자서전

1-6 The Autobiography of My Mother

by rainbowbrite 2014. 8. 26.

음산한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 되어서야 우리는 아빠가 사는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아침이 밝았다. 나는 거짓 천국에서 잠이 깼다. 거짓 천국에서 나는 태어났고, 그곳에서 죽게 될 것이다. 이곳은 내가 항상 알고 있던 모습과 똑같았다. 어떤 것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아름다움과 추악함, 겸손함과 거만함이 공존하고, 생명이 충만함과 동시에 죽음도 넘쳐나는 곳이었다. 어떤 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어떤 이에겐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곳이었다. 

아빠의 아내는 내게 혼자 씻는 법을 가르쳐줬다. 그녀에게서 다정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내 외모와 내게 풍기는 냄새는 나를 모욕할 수 있는 빌미가 되었다. 그때 나는 지금의 내 방식대로 반응했다. 어떤 것이든 미워하라고 강요 받은 것을 난 사랑했다, 그것도 으뜸으로 사랑했다. 귀 뒤쪽을 얇게 덮은 떼에서 나는 냄새와 양치하지 않은 입에서 나는 냄새를 사랑했다. 내 다리 사이에서 나는 냄새와 겨드랑이, 그리고 씻지 않은 발에서 나는 냄새를 사랑했다. 불쾌감을 유발하는 일, 내게 자연스러운 일, 내가 하지 않을 수 없는 일, 더구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이 모든 일들은 나는 헌신과 열정을 다해 사랑했다. 나를 다루는 그녀의 손길은 냉랭하고 쓰라렸다. 그녀는 오랫동안 바라던 소망이 이뤄지지 않아 깊은 절망에 빠져있었다. 아직 아빠의 아이를 임신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그녀는 날 두려워하고 있었다. 나 때문에 우리 아빠가 자기보다 우리 엄마를 더 생각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첫날 아침, 그녀가 내게 준 음식은 오래되고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날 병들게 하려고 일부러 준비한 음식 같았다. 그 후로 난 그녀가 주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 그때부터 내가 먹을 음식은 직접 요리하는 법을 배웠고, 사람들에게 직접 요리해 먹는 아이로 통하게 되었다. 나는 자기가 먹을 음식을 직접 준비하는 그런 아이였다. 

지금 기억을 더듬어 보면, 그때 내 삶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인형의 집처럼 굉장히 작고 어두운 곳에서 펼쳐져 있었던 것 같다. 인형의 집은 저 구덩이 아래에 있고, 나는 그곳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위에 서서 응시하는 것처럼… 가끔 저 아래의 광경을 바라볼 때면, 내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다른 위치에 있는 것들이 있다. 사로 다른 시간에 그늘이 드리우기도 하고 빛이 비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