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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어머니의 자서전

1-7 The Autobiography of My Mother

by rainbowbrite 2014. 8. 26.

아빠의 아내는 내가 죽기를 바랐다. 사고가 일어난다면 하나님의 뜻이려니 하고 슬픔에 잠긴 자기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줄 수 있었겠지만,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나님은 내가 살든지 죽든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아 보이자 그녀는 직접 그 일을 감행하려 했다. 그녀는 말린 열매와 윤이 나는 나무, 바다에서 가져온 돌맹이와 조개로 장식된 목걸이를 만들어 내게 선물했다. 너무 아름다웠다. 어린 아이가 보기에도 너무 아름다웠다. 어린 아이, 진짜 어린 아이였다면, 너무 갖고 싶어서 마음이 끌리고, 당장이라도 목에 걸어보고 싶을 만한 목걸이였다. 난 진짜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나는 고맙다고 말하고 또 말했다. 그리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나는 내 작은 방으로 그 목걸이를 가져가지 않았다. 오랫동안 보관하고 싶지도 않았다. 집 뒤편 끝없이 울창한 숲에 나는 작은 공간을 하나 만들었다. 그녀는 그 공간의 존재를 잘 모르고 있었지만, 그곳을 발견했을 때, 내가 볼 수 없는 무언가를 거기로 보내 살게 했고, 난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 목걸이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기 전까지 내가 목걸이를 숨겨놓은 곳이 바로 그 비밀의 장소였다. 그녀는 내 목을 쳐다보며 목걸이를 걸고 있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단 한번도, 목걸이를 걸고 다니라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그녀에겐 같이 다는 개 한 마리가 있었다. 아빠가 준 선물이었다.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의 실제 위협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하고, 안정감을 가지라는 뜻이었다. 어느 날, 나는 개의 목에 그 목걸이를 걸고 눈에 보이지 않게 털을 덮어 숨겨 놓았다. 만 하루도 되지 않아 그 개는 발광하다 죽었다. 그녀가 목 주변에서 목걸이를 발견했더라도 내게 아무 말도 못 했을 것이다. 그때 그녀는 임신 중이었고, 그녀의 두 아이 중 첫째를 낳은 상태였다. 나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사그라졌지만, 나를 죽이고자 하는 마음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5마일이나 떨어진 옆 동네에 있었다. 다른 아이들 몇 명과 같이 걸어 다녔는데, 대부분 남자아이였다. 강을 건너야 했고, 건기에는 강바닥에 놓여있는 징검다리를 건너 다녀야 했다. 비가 와서 수위가 높아지면, 옷을 벗어 보따리처럼 묶고 머리 위로 얹어 홀딱 벗은 채로 강을 건넜다. 강물 수위가 상당히 높았던 어느 날, 옷을 벗고 강을 건너는데, 강 어귀 수심이 깊은 곳에서 어떤 여자 하나가 보였다. 우리는 그녀가 앉아있는지, 서 있는지 구별할 수 없었지만, 옷을 벗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참 아름다워 보였다. 우리가 만난 어떤 여자보다 더 아름다웠다. 유럽사람들이 아닌 우리 기준에서 느끼는 아름다움이었다. 그녀는 짖은 갈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었고, 검은 머릿결은 머리 전체를 감싸며 돌돌 말려 있었다. 갈색을 띤 얼굴은 부드럽고 반짝거리는 달과 같았다. 그녀가 입을 열자 어떤 음성이 흘러나왔는데, 묘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우리는 홀린 듯이 일어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과일에 둘러싸여 있었다. 제철과일인 망고였는데, 모두 잘 익어 있었다.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빛깔은 감질나고 군침을 돌게 했다. 그녀는 우리에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저건 진짜 여자가 아니라고, 그쪽으로 가지 말고 도망가야 한다고 어떤 애가 소리쳤다. 우리는 물러설 수 없었다. 그리고 그때, 어떤 남자애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심성 없고 허풍을 떠는 얼굴이었는데, 내가 아는 애였기 때문에 그 모습이 어땠는지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웃으면서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그녀가 있는 곳에 거의 도달했을 때, 그녀는 더 멀어졌다. 하지만 변함없이 같은 지점에 있었다. 그 애는 헤엄쳐서 그녀와 과일이 있는 곳으로 계속 갔지만, 거의 도달할 때마다 그녀는 더 멀어져 갔다. 그 애는 힘이 빠져 허우적거릴 때까지 이런 식으로 계속 헤엄쳤다. 정수리만 보이다가 손끝만 겨우 보였고, 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조약돌 하나를 던진 컷처럼, 그 애가 있던 자리에 물결만 둥글게 퍼져나갈 뿐이었다. 그리고 과일을 가지고 있던 여자도 사라져버렸다. 애초에 거기에 없던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그 애는 사라졌고, 시신으로도 더는 볼 수 없었다. 그곳 수위가 낮아졌을 때, 가서 확인해 봤지만, 그 애는 없었다. 우리는 그 일을 여기저기 크게 떠벌리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았고, 상상으로만 존재하는 이야기를 말하듯 했다. 우리는 그저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만 인식하고 있을 뿐,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있었다. 어떤 이에게 동정녀 탄생이나 기적처럼 믿음의 행위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믿음과 불신은 서로 같은 힘을 가지고 공존했다. 동정녀 탄생과 다른 점은 우리가 이 일을 눈으로 직접 봤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똑똑히 봤다. 우리와 함께 학교에 다니던 그 애가 잘 익은 과일로 둘러싸인 여자에게 벌거벗은 채 헤엄쳐서 가는 것을… 그리고 강 어귀의 흙탕물에서 사라지는 걸 똑똑히 봤다. 그 애는 그렇게 사라졌고 다시 볼 수 없었다. 그 여자는 진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여자의 모습을 지닌 어떤 형체였을 뿐이다. 현실에 대한 공포가 너무 큰 나머지 그 일이 마치 실체가 없는 이야기처럼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치 오래 전에 일어난 일처럼 되어버렸다. 나와 그 일을 같이 목격한 친구들은, 그 자리에 나도 같이 있었다는 걸 잊고, 나에게 그때 일에 관해 확신에 차서 이야기 했다. 그리고 어떻게 자기들을 믿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 친구들도 자기들이 한 말을 스스로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은 실제로 경험했음에도 자기들이 본 것을 더 이상 믿지 못했다. 내겐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우리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의심거리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패배자가 되었고, 확실한 것도, 인간다운 것도 없으며, 사랑도 자비도 없다는 결론을 맺었다. 우리는 스스로가 겪은 일을 해석할 수 없고, 그 안에 진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하나님도 선한 존재가 아니고, 천국과 지옥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믿을만한 게 아니었다. 어린 아이에게 손을 뻗어 죽음으로 이끈 그 벌거벗은 여자 유령에 대한 믿음은 합당하지도 않을뿐더러 바보 같고 저급한 것에 믿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나는 그때 그 유령을 믿었고, 지금도 그 믿음에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