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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I 와 나 몇년 전 유튜브를 보다가 WPI 성격 유형 검사라는 걸 접하게 됐다. 그때 내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렇다. 영어강사를 하다가 도저히 여기서 더 일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 그만두고 내 학원을 시작을 했었다.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성장을 하면서 '아, 이게 되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신나게 수업을 하며 살았다. 그런데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보니까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기계적이 되고 현상유지하는 방향으로 마음이 쏠렸다. 겉으로 보기엔 별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마음의 갈등은 심했다. 뭔가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야 할 것 같은데, 막상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 수업 자체도 큰 변화 없이 꾸역꾸역 해나가는 모습. 항상 마음 속에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살아가다가 결.. 2023. 6. 12.
뒤늦은 '나의 해방일지' 리뷰 박해영 작가의 전작인 '나의 아저씨'를 절절한 마음으로 봤던 기억이 있다. 드라마가 방영될 때 나이든 남자와 어린 여자의 로맨스라고해서 비난을 많이 받았었는데, 누가 어떤 사랑을 하던 뭔상관? 하는 마음이 있긴 했지만, 그때는 왠지 논란이 되는 작품을 그렇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안 보고 넘어갔는데, 종영 이후에 좋은 평가가 많아서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이 작품이 '로맨스'라고 비난을 했는데, 로맨스의 요소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의 아저씨'는 그냥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어떤 '어른'으로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였고. 주인공인 동훈과 지안 모두 고통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해받지 못하는 고통'이었을 것 같다. 누가 보더라도 번듯해 보이고 다 가.. 2023. 5. 31.
직원을 채용하는 시점에.. 이 일을 시작하고 8년차가 되어서야 수업을 맡길 수 있는 정직원을 채용하게 되었다. 진작에 했어야하는 일이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망설이고 미루고 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무엇보다 내가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뚜렷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이유가 가장 크고, 고용을 하게 된다면 내가 그 사람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 같다. 수십장의 이력서를 받고 검토하면서도 내가 이 중에 같이 일할 사람을 뽑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뜩이나 새로운 사람이 낯설고 어려운데, 화려한 경력으로 채워진 이력서를 보고 있자니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 전혀 생각이 되지 않았다. 차라리 '특기: 달리기' 하나만 써있으면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 2023. 5. 25.
어떻게 뚫고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 '네가 하는 일이 맞아. 옳은 길로 가고 있어.' 돌이켜보면 언제나 이런 말들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누구라도 그것을 평가해주고 긍정적으로 답해줄 수 있으면 그나마 힘을 갖고 일을 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조금이라도 고개를 갸웃 하게 되면 내가 삽질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위축되던 때가 많았다. 첫 직장에서 상사였던 분은 나에게 그런 역할을 해주셨는데, 아직 초보 티를 벗어내지 못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진 여러가지 긍정적인 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고 나는 나름대로 신나게 일하면서 꽤 성과도 냈었던 것 같다. 반대로 1~2년 후 상사가 바뀌고 내 일에 대해서 비판적인 상황을 경험했을 때는 정말 직장에서 항상 위축된 채로 보냈다. 그.. 2023. 5. 24.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요? Q) 곧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하면 영어 논문을 읽어야 할 일이 많은데,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해서 걱정이에요. 문법 기초도 없고요. 대학원 진학 하기 전에 문법 수업을 들으면서 기초를 닦아야 할까요? 아니면 토익이나 기타 인증 시험을 준비하면서 공부해야 할까요? A) 질문하신 분은 영어에 대한 기초 실력을 먼저 갖춰야 영어 활용이 가능할 거라고 믿고 계시는군요.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본인에게 지금 영어가 왜 필요한가요? 문법 실력이 필요한 가요? 아니면 인증점수가 필요한가요? 지금 영어의 모든 영역을 고루 공부하며 종합적인 영어 실력 향상이 필요한가요? 지금 본인에게 필요한 영어가 뭔지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어 논문을 읽고 전공 서적을 읽는.. 2023. 2. 2.
영화 [덩케르크]와 이태원 참사 지난 2022년 말, 이태원 참사에서 친구를 잃은 고등학생 이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를 봤다. 전쟁터같은 그 참사 현장에서 친구를 잃고 혼자 살아남았다는 그 죄책감이 얼마나 컸을까. 심리상담을 받고 정신과 진료를 받아도 자기 마음을 제대로 표현이나 할 수 있었을지, 그런 기회가 있었을지 모르겠다. 기적처럼 살아남았지만, 왜 친구는 죽고 나만 살아남을까 스스로를 탓하며 괴로워했을 것 같다. 슬퍼할 수도, 애도할 수도 없는 마음으로 아이가 혼자 자책하며 끙끙 앓았을 생각을 하니 너무 안타깝다. 영화 [덩케르크] 마지막 부분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2차 세계 대전 중 독일 군에 끝까지 밀려 피말리는 철수 작전 끝에 병사들은 가까스로 목숨을 건져 영국 땅을 밟게 된다. 그리고 힘없이 지나가는 그들에게 .. 2023. 1. 28.
아니 에르노<단순한 열정> 픽션인 듯 픽션 아닌 픽션 같은 너.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의 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과의 사랑을 담고 있다. 그런데 이것을 단순히 스토리라고 할 수도 없다. 자신이 겪었던 경험이나 사실이라기보다는 경험 속에 드러난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글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겪은 일을 글로 쓰는 사람을 노출증 환자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노출증이란 같은 시간대에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병적인 욕망이니까.” 작가는 이 글은 멋있게 쓰려고 하지도 않았고, 아름답게 포장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타인이 어떻게 보는지도 상관이 없고, 통념도 의미가 없다. 심지어 그녀가 사랑했던 그 남자가 누구였는지조차 이 글에선 중요한 이슈가 아니다. “그 사람의 질투는 나에 대한 사랑의 .. 2023. 1. 26.
악몽 01 보통 자가다 꾸는 꿈은 그 기억이 오래 가지 않는다. 깨어날 때 기억나던 꿈도 반나절만 지나면 잘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릴 때 꿨던 꿈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왜 그 꿈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날까. 단지 악몽이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시절 내 주변의 상황 인식을 꿈으로 느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기억에만 남겨 놓을 수도 있지만, 기록에도 남겨본다. 나는 아홉살이다. 동생 손을 꼭 붙잡고 길을 걷고 있다. 목적지는 없다. 집으로 가야한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밝은 낮이었지만 거리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아니, 한 사람도 없다. 우리 둘만 두 손을 꼭 붙잡고 걷고 있을 뿐이다. 좀 무섭다는 생각을 한다. 굴다리 아래를 지나가는데 선생님이 지나가신다. -안녕하세요? -.. 2023. 1. 26.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서평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은 지은이인 나종호 선생님 본인이 환자를 진료하며 겪었던 여러가지 에피소드와 정서적 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그리고 자살이라는 문제에 대한 선생님의 경험과 생각을 엮은 에세이집이다. 나종호 선생님을 트위터에서 팔로우하고 있는데, 자살 유가족에 대한 트윗에 공감이 되어, 나 또한 자살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트위터에 언급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과 어려움을 밖에 꺼내 놓는 일도 애도의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살 유가족이 겪는 어려움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것은 죄책감이다. 왜 그지경이 될 때까지 가족으로써 역할을 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두 번째는 친척들과 주변 사람들의 원망이다. 이 원망은 죄책감을 증폭시키고 죄책감을 넘어 자학의 단계로까지 끌.. 2023.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