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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고민하게 하는 아이들 오랫동안 함께 공부를 해도 실력이 좀처럼 잘 늘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 이 아이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냥 기계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도 있고, 5분, 10분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다. 어떻게 도와주어야할지 정말 어렵다. 정말 온갖 방법을 다 써봐도 잘 되지 않는다. 이럴 땐 정말 좌절감이 든다. 내가 가르치는 사람으로써 능력이 없나 하는 생각도 들고. 학부모님과 상담을 해서 퇴원을 권유할까도 생각해보았다. 그렇지만 그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마치 ‘당신의 자녀에게 가능성이 없다’는 선언을 하게 되는 것 같아서. 그건 정말 죽어도 하기 싫은 일이다. 그래서 내가 택한 방법은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하고, 그래도 여기서 공부하길 원하면 내.. 2020. 11. 8.
오늘도 달리기 엉치뼈 부상에서 회복된지 2주가 되었다. 통증이 사라지고 시험삼아 한번 달려봤는데, 특별한 통증이 느껴지지 않아서 다시 달리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부상 때문에 달릴 수 없게 되자 약간 낙심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뭔가 새로 시작하고 재미를 붙이려는 때였는데, 갑자기 부상이 찾아오니 그냥 풀이 죽어버렸다. 그래도 부상을 무시하고 운동하면 부상이 만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를 들어서 그냥 운동을 포기하고 쉬었다. 그래도 그냥 쉰 것은 아니다.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근육에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스트레칭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엉치뼈 부근은 대둔근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하길래 대둔근 스트레칭 영상을 찾아 스트레칭을 시작했는데, 내 고관절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왼쪽 다리는 자.. 2020. 11. 5.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두 달 후면 아버지가 떠난지 딱 2년이 됩니다. 시간이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더 빨리 간다는 말이 실감이 됩니다. 수요일, 목요일만 돼도 한 주가 다 지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주말에 아버지의 손자들과 씨름을 하다보면 금방 또 월요일이 됩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고 느낄 땐 항상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건지, 기계적으로 살고 있는 건지 의심이 돼요. 잘 살고 있다고, 행복하다고 느낄 땐 시간이 지금보단 천천히 갔던 것 같아서요. 그래도 꾸역꾸역 살지 않고, 하찮은 삶 속에서도 의미를 찾기 위에 발버둥치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잘 살아내는 것이 마치 엄청난 싸움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당연히 아버지도 그 싸움을 싸우셨겠지요. 아주 치열하게 싸우고 버티셨겠지요. 사.. 2020. 11. 3.
오늘의 운동 오전에 런데이 6주차 첫번째 트레이닝을 끝냈다. 점심을 먹고 쉬려고 했는데, 이제 곧 날씨가 추워지면 자전거 타기가 어려워질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자전거 라이딩을 나갔다. 평소에 라이딩을 가면 10km 지점에서 되돌아오는데, 오늘은 컨디션도 좋고 좀 더 멀리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5km만 더, 5km만 더 하다가 한강까지 가버렸다. 탁 트인 한 강을 보니 기분이 좋긴 했지만, 돌아갈 길이 막막하긴 하더라.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와 핫바를 사서 강번에 앉아 먹었다. 옆에서 서성거리던 비둘기에게도 조금 나눠주고. 강변에 앉아서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긴 했는데, 땀이 식으니까 넘 추웠다. 이러다 감기 걸리겠다 싶어서 빨리 정리하고 집으로 출발했다. 역시 돌아오는 길은 더 힘들다. 갈 때는 .. 2020. 10. 31.
‘선생님 질문이요.’ ‘선생님 질문이요.’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할 때 이 말이 참 무서울 때가 있었다. 내가 혹시 잘 모르는 문제면 어떻하지? 내가 정확히 가르쳐 준 게 맞나?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들이 질문을 했는데,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는 정말 당황해서 얼굴이 빨갛게 되기도 했다. 정확히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자료를 찾아보고 답해줘도 되는데, 초보 강사 시절엔 질문을 받은 그 자리에서 유능하게 대답해 줘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 없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고 항상 뭔가 분주했다. 그래서 수업 준비를 더 악착같이 했던 것 같다. 10시까지 수업을 하고 집에 가서 새벽가지 수업준비를 했다. 그리고 오전에 출근해서 .. 2020. 10. 29.
완득이 요즘 어떤 책 읽니? 라고 물어볼 수 있는 학생이 두어 명 있다. 항상은 아니지만 물어볼 때마다 거의 읽고 있는 책이 있는 아이들이다. 그 학생 중 한 명이 아몬드를 추천해주었고 작년 말에 아몬드를 읽었다. 너무 충격적이게 좋아서 다른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페인트를 추천해주었다. 아몬드 만큼은 아니었지만 꽤 괜찮은 작품이어서 다른 작품을 추천해달라고 하니 시간을 파는 상점을 추천해주었다. 이 책도 너무 좋았다. 그렇게 몇 권의 청소년 문학 작품을 읽었고 어제는 책장에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완득이를 읽었다. 몇 권 안 되긴 하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청소년 문학엔 공통된 메시지의 흐름이 있는 것 같다. 홀로 서지 말라는 것. 어떻게든 우리는 얽혀 있고, 돕고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완벽.. 2020. 10. 27.
갑자기 떠난 달리기 여행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닷가에서 달리기를 하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금요일 저녁 부랴부랴 짐을 싸서 동해로 출발했다. 차 뒷자리를 접어서 차박을 하기로 하고. 두시간 남짓 운전하면서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뭔가를 즉흥적으로 결정해서 실행에 옮긴게 얼마만인지, 좀 신나기도 했다. 차박으로 유명한 박지는 이미 만석. 해안가를 따라 운전을 하면서 내려오다가 오히려 한적한 경포대 해면 공영 주차장 한쪽 구석에 주차를 하고 차박 준비를 했다. 저녁은 이미 먹고 왔기 때문에 음식을 차릴 필요도 없었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간식을 먹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바닷가 산책도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쓸쓸하지만, 그래도 휴식이 된다. 비좁은 차 안에서 매트도 펴고 침낭.. 2020. 10. 22.
아이들과 아이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에게 내가 왜 아이유를 좋아하게 됐는지 이야기해줬다. 내가 아이유 덕질하고 있는 거 이제 모든 아이들이 다 알게 되었어(사실 덕질 축에도 못 들긴 하지만). 그런데 우리 아이들 중에 아이유 팬클럽에 가입한 친구들이 두 명이나 있었다. 중등부 클래스에 있는 아이유 팬클럽 멤버 학생에게 아이유 노래 중에 좋아하는 노래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카톡으로 ‘쌤, 지은 언니 노래 추천이요.’ 하고 노래 제목을 여러 개 보내주었다. 아, 너는 이미 아이유를 지은 언니라고 부를 정도로 친밀했구나. 그럼 난 뭐라고 불러야 할까. 학생이 보내준 플레이 리스트엔 내가 아는 노래 반, 모르는 노래 반이 있었다. 아직 나는 팬 축에도 못 끼는구나 생각이 들어서 다음 시간에 학생에게 앞으로 선배님으로 모시겠다고 농담처럼 말했.. 2020. 10. 20.
순대국을 먹을 때 가끔 생각나는 분 언제 가도 맛을 보장하는 순대국 집이 집 근처에 있는 건 큰 행운이다. 오늘 오후에 순대국을 포장해다가 집에서 끓여 먹었다. 포장해서 집에서 끓여 먹으면 직접 가서 먹는 것 보다 맛이 좀 덜하긴 하다. 일반 그릇에 담아 먹다보니 금방 식기도 하고, 뚝배기가 주는 먹음직스러움이 없으니 좀 아쉽다. 그래도 코로나 시대에 식당에 아이들까지 데리고 들어가서 먹느라 씨름하는 것 보다는 포장해서 맘 편하게 먹는 편이 훨씬 낫다. 돼지 머리고기가 들어간 순대국을 처음부터 즐겨 먹었던 건 아니다. 순대국에 맛 들리게 한 식당이 있었는데, 20대 중후반 부천시 오정동에 있던 순대국집이었다. 간판도 그냥 단순히 ‘순대국’이 전부였다. 부천은 내 생활권이 아니었는데, 그때 여자친구가 일하던 곳에서 가까운 곳이었고, 직원들과.. 2020. 10. 18.